새해에는 꽃이 벙그는 이유와 꽃이 아름다운 사연을 오래 얘기할 수 있게 하소서
눈들어 보이는 것마다 우리들의 첫사랑임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되
길 위에서 서성이는 생각들로 하여
오래 마음 아프지 않게 하소서

사랑하는 이들의 그리움은 올해도 끝이 없을 것이므로
따뜻한 위로의 말을 배우게 하시고 정녕 사랑으로 하여 고통받지 않게 하소서

밤을 새워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세상이므로 미움, 시기, 욕심, 절망, 분노와 같은
좋지 않은 생각들은 잠시 잊게 하시고 희망, 따뜻함, 파아란 하늘과 같은
마음에 와 닿는 단어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오래 전에 잊혀진 슬픔을 위해서도 가끔씩은 목젖이 아프도록 울게 하시고
질감 좋은 색조로 새벽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마른 들판을 건너 온 겨울바람에도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쓸쓸한 등을 보이며 흐르는 저녁 강이 깊은 바다와도 만나게 하소서

따뜻한 한 그릇의 시와 포옹하며 뒹굴게 하시고 사랑하는 여인이
단단한 꽃으로 그 자리에 오래 피어있게 하소서
이름 모를 늙은 가수의 느끼한 랩송마저도 사랑하게 하시고
함께 청청한 목소리로 노래하게 하소서

얇은 월급봉투라도 좋으니 그로 하여 기죽지 않게 하시고
작은 베풂으로 인하여 오히려 빛이 나지 않도록 하소서
무엇보다 마음살에 돋아나는 욕심의 잔을 비우게 하소서. 주님 !

(양현근·시인의 새해의 기도 중에서)

Category목회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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